| 연재 순서 |

1.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실적과 향후 전망

2. 보조금 펑펑 썼지만 대부분 가동 안해

3. 가동률 높이기 위한 정부의 개선 방안은

최근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나서고 있고, 특히 그린뉴딜 정책 중 하나로 수소산업을 육성 발전하기 위해 올해 수소차, 수소생산기지, 연료전지 등 수소 분야에만 8244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SK와 현대차,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과 중소·중견기업도 정부의 수소경제 조기 진입에 발맞춰 오는 2030년까지 수소생산, 유통·저장, 활용 등 수소 전주기 생태계 구축을 위해 43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는 국내 수소산업을 이끌 쌍두마차로 관련분야의 기술개발과 함께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은 필수이다.

이중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된 연료전지 분야는 설비용량 규모에 따라 자가소비 또는 발전용 등으로 직접 전기와 열까지 생산 및 공급이 가능한데다, 전력생산 효율이 높아 차세대 분산전원으로서 전력공급시스템의 역할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관련법(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등)을 토대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도 강력히 추진되면서 발전용은 물론 가정용과 건물용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연료전지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총 3차례의 기획연재를 통해 도심지 내 자가소비가 가능한 ①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추이와 향후 전망 ②설치 현장의 가동실태와 운영 현황 ③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 및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가동을 멈춘 연료전지, 설치 공간은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가스신문=주병국 기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에 따라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건물용 연료전지가 빠르게 확대, 보급되고 있지만 정작 가동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또는 지열 등으로만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을 맞출 수 없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산하 기관의 공공건물 등에서는 그 대안으로 분산전원이면서 신에너지인 건물용 연료전지를 설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나 10곳 중 7곳이 가동을 멈추는 등 운영실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 보조금까지 지원받아 호텔, 병원, 오피스텔, 업무용빌딩 등 에너지다소비건물에 설치된 건물용 연료전지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막대한 예산만 날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와 함께 건물용 연료전지가 설치된 현장 곳곳을 취재한 결과 운전실태의 심각성은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정부의 막대한 재원만 줄줄 새고 있었다.

 

현장 방문 곳곳마다 건물용 연료전지 미가동

▲ 포장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건물용 연료전지.

“설비 운전을 해본 적이 없어 어떻게 가동하는지 모른다”고 전하는 A공용주차장 관리담당자는 “관련 업무를 맡기 이전부터 이 설비시설은 가동하지도 않았고, 이게 건물용 연료전지인지 오늘 알았다”고 말한다.

이곳은 1천㎥의 신축 공공건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율을 준수해야 하는 곳으로 지난 2018년 8월 10kW 건물용 연료전지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얼마 전까지 제품 포장마저 그대로 보존된 곳으로 운전은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건물용 연료전지가 수소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전원이라는 설명에 관리담당자는 “이곳 공용주자창은 딱히 전기가 부족하지 않고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고 있으며, 1층 상가마저 공실률이 높다보니 별도로 이 설비시설을 가동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10kW 건물용 연료전지 공급가격만 최소 수억원이다.

연료전지 설치 후 5년이 경과 한 B수소충전소의 경우 바이오가스 중단과 스택 교체 비용 등으로 설비시설이 방치되고 있었다. 이곳 수소충전소는 정부의 뉴딜정책에 따라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 바이오가스를 연료전지의 연료로 활동하여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5kW 연료전지는 수년째 방치된 채 설치 장소는 창고로 활용되고 있었다.

송파구 소재 C병원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를 2020년 설치했지만, 시설검사 때만 일시 가동 후 1년째 운전을 하지 않고 있다.

또 D우체국시설 관리단에 설치된 건물용 연료전지(10kW급)도 지난 2018년 설치 후 운전을 멈춘 상태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관에 설치된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7대도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때문에 설치됐지만 정작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의 신축 또는 증축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것이며, 보조금을 받아 건물용 연료전지가 설치된 대부분의 민간 일반건물 역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재원 낭비가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건물용 연료전지 설치 후 활용을 잘하는 곳도 간간이 확인됐다. K초등학교(5kW급)와 여의도 H백화점(440kW 2기)의 경우 건물용 연료전지 설치 및 운영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여 전기는 100% 자가소비, 온수는 별도의 온수통을 마련하여 식당과 샤워장에서 100% 활용하고 있었다.

 

온수 활용도 낮은 건물에 온수 제품 설치가 대부분

하지만 건물용 연료전지를 설치하고도 가동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공공건물 또는 민간건물의 특징은 처음부터 온수를 사용할 계획이 없었다. 이렇다보니 온수 배관이 없거나 있어도 요식행위 수준에 그쳤다.

즉 온수 사용이 지극히 제한된 에너지다소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온수가 발생되는 D사의 PAFC 제품과 S사의 PEMFC 제품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온수를 버리기 위해 배수처리 한 곳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설치 초기부터 온수가 필요 없는 건물에는 온수 발생량이 적고, 전력생산 효율이 높은 제품의 연료전지가 설치됐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664개소 중 416곳 안 돌려…정상 가동률 20% 불과

전국 34개 도시가스사로부터 공급권역 내 설치되고 있는 건물용 연료전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 664개소(설비용량 10.9MW) 중 416곳이 설치 후 가동을 하지 않은 멈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고, 가동 중지 비율은 63% 수준으로 심각하다.

분산전원으로서 연료전지발전이 상시가동이라는 특성을 감안 할 때 간헐적 운전 사례까지 포함한다면 664개소 중 30% 수준인 200여 개소 정도만이 정상 가동 중이다. 특히 공공건물에 설치된 연료전지 가동실태는 10곳 중 7곳이 미가동 상태라 봐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

심지어 정부로부터 수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연료전지를 설치한 일반건물, 빌라, 복지시설 등의 가동률 역시 50% 수준에 그쳤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신재생에너지의 운영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마련한 통합모니터링시스템(REMS, 6월 4일자)을 살펴보면 건물용 연료전지의 경우 전국 471개소 중 13개소 미작동, 13개소 준비 중, 191개소 고장으로 절반 가까이 멈춘 상태로, 정상 가동인 곳은 241개로 전체 51.3%에 그쳤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대상 건물보다 가동률이 높지만, 민간건물에 설치된 건물용 연료전지 역시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공용주차장 건물에 설치된 연료전지(10kW)는 설치 후 2년이 지났지만 단 한번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작은 사진은 운전 계시판.

정부 매년 보조금 2~1500만원/kW 지원 투입 예산만 수천억원

정부는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해 수년간 kW당 2~1500여만원의 지원 단가를 산정, 실수요처에 보조금을 지원해 왔고, 그 누적 재원만 수천억원에 이른다. 올해만 건물지원사업으로 연료전지분야에 180억원이 편성됐다. 이대로 개선책 없이 지원만 이뤄진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 자칫 수소경제를 빙자하여 제조사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

분명 보조금이 지원된 민간건물의 경우 수요처의 자기부담금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연료전지 가동은 멈춘 곳이 전국에 수백 곳이 넘는 것은 시스템상의 문제점 외에 설치상, 제품상, 운영상 그리고 제도적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수소경제 조기 진입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지만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정책 필패는 자명하다.

건물용 연료전지의 가동중단 건물의 공통된 점은 건물축의 설계 초기 단계부터 연료전지발전 설비에 대한 운전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부터 연료전지 가동 계획 없이 제품만 설치한 곳도 적지 않다. 그리고 온수가 필요 없는 건물에 온수가 다량 생산되는 제품을 설치하다보니 온수를 모두 버리는 현상까지 야기되고 있다.

태양광이나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을 충족시키려니 많은 부지 또는 공간이 필요했던 문제를 해소하고자, 협소한 공간에서도 설치 가능한 건물용 연료전지를 ‘대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10kW급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하려면 태양광과 지열은 최소 45~50평 규모의 공간(부지)이 필요한 반면 연료전지(보정계수 0.93~8.8)는 단 3평이면 가능한 점을 건물 관리측이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때문에 건물용 연료전지를 설치했지만, 가동은 원치 않은 것이다. 설계부터 명확한 기준과 의무가동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도심지역 내 대규모 발전설비를 대체할 수 있는 건물용 연료전지가 분산전원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 편익이 크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편법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철저한 현장 조사와 함께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나마 잘 가동중인 현장 중 K오피스텔 관리소장의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제조사와 구청 측의 권유로 10kW급 건물용 연료전지를 설치 했지만 지금이라도 제품을 철거하고 싶다”고 한다. 그 이유로 “돌리면 돌릴수록 매월 10만원 이상 손해를 보내는데 어떻게 돌리겠냐”며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게 아까워서 돌리지만 입주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이라도 가동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정부는 설치의무만 강조할게 아니라 정상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환경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 몇 곳만 가보면 알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기획연재를 통해 우려되는 점은 과거 정부가 자행한 정책역행이 다시 재연될까 하는 점이다. 2년 전 ‘가정용 연료전지’의 실태 파악을 취재한 기획기사가 보도된 후 정부는 대책마련보다 예산 삭감과 지원정책 중단을 했다. 이런 일들이 건물용 연료전지에 또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3회차 기획 연재에서는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확대에 앞서 정상적인 가동을 유도할 수 있는 개선방안과 정책보완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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