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과 혼돈의 2020년을 뒤로 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신축년은 불안 속에서도 많은 기대와 희망을 안고 시작했다. 그래서 올해의 화두는 리스타트(Restart), 즉 ‛다시 시작’이다. Mint(조선일보)가 세계적 컨설팅 기업 수장과 경제·경영 분야 석학 등 글로벌 전문가에게 2021년 한 해에 대한 전망 조사 결과, ‘RE-’의 해로 전망했다. 즉, 신종 코로나로 입은 타격의 회복(recovery), 원격(remote), 재구성(reconstructed), 개조(reshape)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한국경제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불행 중 다행히 도시가스사업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한자리 숫자의 역성장을 기록했고,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40년만의 사업력에 2천만 고객을 확보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다시 도약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2020년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즉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의 자연 감소를 경험했다. 또한 연초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어 안전관리에 예방보전(preventive maintenance)의 중요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에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2021년에는 도시가스사업이 다시 시작해야 할 과제들을 점검코자 한다.

먼저, 안전에 대한 재인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축소지향적 예산편성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러나 안전을 먹고 사는 도시가스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안전관리 투자 축소는 더 많은 고통과 사업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 안전관리 투자 개념도 과거와 같은 설비 중심에서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발전해야 한다. Iot 기반 예방안전과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비대면 인프라 구축 등의 투자가 더 중요한 시대로 이미 왔다. 2020년에 개정된 공급비용산정기준에서 제시하는 안전관리 투자비용의 전액 반영 및 임의조정 금지 규정도 같은 맥락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소비자 영향이 극히 미미한 공급비용 삭감으로 대규모 고통을 감내해야 하나. 교각살우(矯角殺牛)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둘째,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보다 전향적 검토가 요구된다. 2020년 표준안전관리규정 개정으로 비대면시대에 맞는 안전점검을 갈음할 수 있는 방안이 확대되었다. 장기부재, 공가(空家) 등으로 3회 이상 방문 고객에 한하여 다음 3가지를 모두 충족할 경우에 적용된다. 즉, 사용자의 동의, 사용자가 회사가 배포하는 자율점검표와 안전점검 안내 영상 등을 활용한 자율점검의 실시 및 점검결과를 서명·서명한 자율점검표를 제출하는 경우이다. 기존에 비해 자율점검 범위가 확대된 점은 고무적이나 팬데믹시대에 이중 삼중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 소비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일종의 패스트트랙과 같은 신속 자율점검 방향으로 자율점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코로나는 우리에게 비대면과 함께 원격(remote)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따라서 검침시스템의 스마트화, 즉 AMI사업(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의 조기 정착으로 우리나라 가스산업의 낙후된 분야에 대한 혁신을 앞당겨야 한다. AMI는 사생활 침해 예방은 물론, 검침시에 소비자나 검침원 모두가 우려하는 감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AMI는 검침원의 근무환경 개선과 가스누출에 대한 상시 안전관리체계로의 전환을 가능케 한다. 인구 감소와 1인 가구 증가에 대비한 실시간 무선검침과 정밀검침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정보의 제공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가능케 한다.

도시가스사업에 있어 2021년은 다시 시작하는 해이다.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고사처럼, 코로나로 느슨해진 우리의 일상을 다시 점검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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