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면 지난 한 해를 회고하고 새해의 꿈을 구상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코로나(COVID19)사태 이후 세계 에너지산업은 비정상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을 위한 국가와 사회봉쇄와 에너지 수요 붕괴, ‘마이너스’ 수준까지의 유가 급락은 당연하다.

기후변화 대응압력의 고조, ‘석유 메이저’ 등 전통 에너지 ‘인프라’ 붕괴는 좀 더 큰 대형 변고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에너지시장과 정책 환경은 급변속에서 체계적 미래 예측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어쨌든 신재생전력 확대. 탈(脫)원전과 석탄화력 대폭 축소 등은 이제 취소 불능 경지에 접어들고 있다.

여기다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이라는 속칭 ‘뉴딜’류 전략이 추가되어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은 ‘탄소중립(Carbon Zero)’이라는 그 개념마저 이해가 어려운 새로운 과제가 부과되고 있다. 결국 지금 우리는 과학적 분석 논리보다는 정치이념의 시대에 있다. 딱히 ‘코로나’라는 질병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와 같은 부정적 외부요인들이 통제 불능한 상태인 ‘팬더믹(Pandemic)’이라 정의한다. 이때는 질병·위기 통제라는 명분으로 한 특정 계층의 이기주의적 변혁시도 위험이 커진다. 위기 이후의 ‘뉴 노멀(New Normal)’상황 대비를 명분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적 논란대상인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대표적이다. 개인과 국가의 상대적 쇠락 걱정에 따른 4년 전 미국 유권자들의 비합리적 선택의 결과이다. 세계 각국에서 극성인 환경우선론자들의 행동양태도 미국의 경우를 훨씬 초월하는 새로운 대중 영합적 정책 폐해를 가져올 것 같다.

이들은 환경 우선 에너지정책 강요, 무작정한 신재생 비중확대, 그리고 글로벌 기후변화체제에의 맹목적인 기여증대 주장으로 선량한 국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념성향에 맞는 환경론자끼리 배타적 집단을 구성하고 그들이 보고 싶은 세상만 옳다고 한다. 자신들만의 이념만을 영원한 정의(Justice)로 간주한다. 극단적 확증편향(確證偏向)현상이다. 결국 지금 우리는 과학적 합리성보다 이념우선시대에 엄정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 아래에서 세계에너지산업의 생존과 발전방향은 decarbonization(탈탄소화)수준에 달려있다. ‘코로나’가 아니다.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석유대기업(Big Oil)들은 이미 친환경 구조개편을 완료하였고, 일부 재생에너지업체들은 거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그린’에너지산업으로의 변신한계에 직면한 가스부문만이 갈 길을 잃었다는 의견이 많다. 가스가 최종연소단계에서 석유나 석탄에 비해 청정하는 장점이 시장에서 성장 동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수명 기간 전체 청정도분석에서의 열위 때문이다.

천연가스 수명기간 청정도는 채굴과 수송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CH4)의 환경 악영향을 고려할 때 잘 알려지지 않은 약점이 많다. 예컨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의 지구환경 위해도(危害度)는 발생 후 20년간 이산화탄소(CO2)의 85배 수준이다.

이에 비용 효과적인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청정연료로의 전환 가능성을 가스업계는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에너지수급의 20% 수준을 점하는 천연가스는 석탄과 함께 사양화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 이미 선진국들에서는 신축건물 가스난방을 금지하고 있다. 가스수요의 40%쯤을 점하는 발전부문에서도 신재생발전에 갈수록 밀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가스 개질수소(회색수소)에 의존하는 수소경제 환상에 젖어 있다. 매우 위험한 독배(毒杯)인 것 같다. 우리 가스업계는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 강력한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천연가스가 예상보다 빨리 국제적 규제대상이 될 수도 있다. 나쁜 예감이 틀린 적 없다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정치이념에서 벗어난 내실화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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