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양인범 기자]

가정용 수소연소기기 연구·개발이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이 커지면서, 선진국들은 탈탄소화를 위한 산업·경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난방 분야는 영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며, 이를 줄이는 것이 목표 달성에 큰 영역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소를 통한 친환경과 경제를 모두 잡으려는 선진국들의 시도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Baxi의 수소보일러

지난 6월 25일 네덜란드 로젠버그에서 세계 최초의 수소 동력 가정용보일러가 실제 상황에서 가동됐다. 이 보일러는 이탈리아의 스마트 연소기기 솔루션 제조업체인 BDR Thermea Group에서 개발했다. BDR Therma Group은 영국의 유명 보일러 제조사인 Baxi의 모회사다.

수소 동력보일러는 풍력이나 태양에너지로 생산한 순수한 수소를 CO2배출없이 연소시킨다. 이 보일러는 주거용 건물의 중앙난방 시스템을 가열하기 위해 고효율 콘덴싱보일러에 연료를 수소로 사용하는 최초의 제품이다.

BDR Thermea Group의 연구센터에서 개발하고, 자회사인 Remeha가 네덜란드에서 첫 번째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영국에서 더 큰 규모의 실증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BDR Thermea Group의 CTO인 피터 스넬은 “수소보일러의 작동 원리는 천연가스로 작동하는 보일러의 작동원리와 동일하다”며 “미래에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면 기존 가스보일러와 유사한 기준으로 수소보일러를 교체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2년여 동안 400개 이상의 수소보일러가 설치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천연가스 네트워크 사업자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에, BDR은 로젠버그의 시험 외에도 영국에서 여러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젠버그의 네덜란드 프로젝트는 에너지네트워크 운영 업체인 Stedin, 로테르담시(市) 및 네덜란드 주택협동조합 Ressort Wonen과 공동으로 진행된다.

Stedin은 기존 가스파이프 라인을 사용해 수소를 공급하고 있으며 기존 가스네트워크가 수소운반에 적합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Stedin과 파트너는 탄소 제로를 최종 목표로 수소 생산, 유통 및 전환의 미래 에너지 체인을 구상하고 있다.

 

Worcester Bosch도 개발 중

BDR 그룹만이 아니라 영국의 우스터 보시(Worcester Bosch)도 수소보일러를 개발했다. 우스터 보시가 개발한 수소보일러는 천연가스로도 작동하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난방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없게 한다.

영국 가정의 85%가 천연가스 난방을 사용하기에, 우스터 보시의 수소보일러의 보급도 상당히 편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스터 보시의 기술제품관리 이사인 마틴 브릿지는 “수소보일러 개발은 전체 시스템 교체 대신 우리 가정의 기존 난방시스템을 그대로 쓸 수 있게 한다”며 “수소보일러는 CO2, CO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가스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만든 수소보일러는 기존 LNG보일러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되고 작동한다. 수소보일러 설치 비용 또한 처음에는 고가를 형성해도, 유럽과 세계 정부들의 법이 정해지면 현재의 LNG보일러와 비슷한 가격의 대량 기술이 될 것으로 우스터 보시는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스터 보시는 2025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신규보일러가 수소보일러가 될 수 있도록 영국정보가 지원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의 Keele 대학에서는 올해 초 대학 식당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20%를 수소를 혼합해 요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식당 직원들은 20% 수소혼합으로 요리하는 것이 조리 과정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HyDeploy로 알려진 이 프로젝트는 현대 가스 네트워크에서 이뤄진 영국 최초의 수소 라이브 시험이다. Keele 대학은 개별 가스시스템이 있기에 선택되었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가스유통회사인 Cadent는 만약 수소 20% 블렌드 천연가스가 영국 전역에 공급되면, CO2 배출량을 연간 600만톤까지 줄일 것이라 말했다. 이는 도로에서 자동차 250만 대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국내 연소기기 시장도 대응해야

수소 기술은 초기 단계에 있지만 화염의 가시성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천연가스에 비해 수소는 훨씬 더 옅은 화염으로 연소되며 낮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무취이며 누출되기 쉽기 때문에 감지를 돕기 위해 부취제를 첨가해야 한다. 기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솔루션이 개발되야 한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수소연소기기 개발은 기기제조사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기기의 연구·개발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도움이 필요하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관리하고 제공하는 도시가스사, 가스공사, 가스안전공사와 국내의 가정용 보일러 제조사 등이 함께 협력해야 할 일이다.

국내 가정용보일러 시장은 친환경콘덴싱보일러 교체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맞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정책에 맞추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수소 연소기기의 개발에 발맞춰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국내 보일러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가스 연소기기 시장이 위축되어 가는 가운데 LNG연소기기가 수소 연소기기로 대체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가정용 수소연소기기 개발은 제조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가스공사, 안전공사, 정부 연구기관 등이 함께 협력해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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