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한상열 기자] 중국, 일본 등의 강력한 도전을 받으면서도 전 세계에서 선박 수주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가, 용접할 때 쓰이는 탄산의 절대 부족으로 인해 그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올해 초부터 나타난 탄산 수급문제는 급기야 조선소에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등 적지 않은 수급 불안을 던져주고 있다. 최근 국내 빅3 조선사들은 안전재고량을 채우지 못해 안절부절하고 있다.

탄산을 이용해 열처리, 주물 등의 작업을 하는 중소제조업체들 가운데에는 이미 탄산 공급이 중단돼 몇몇 탄산공급업체와 수급문제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탄산의 최대 수요처인 대형 조선사들이 탄산을 공급받지 못해 용접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추석연휴가 끝난 요즘에도 울산, 여수, 대산 등지에 분포된 탄산메이커들의 대다수 사업장에는 탄산의 재고가 바닥이 난 상태이며, 반도체제조사에 공급하는 고순도 탄산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탄산 제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본지에도 드라이아이스유통업체를 비롯해 액체탄산 수요처로부터 탄산 품귀현상과 관련한 문의가 쏟아졌다. 일부 수요처는 탄산을 수입할 수 없냐고 하는 등 국내 탄산시장에서의 공급 부족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남부지역 대형 조선사의 구매담당자는 “최근 탄산메이커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지 못해 우리 조선소의 탄산재고량은 1~2일분에 그치고 있다”면서 “특히 용접작업을 하지 못해 납기를 맞추기 힘들게 되는 등 조선산업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탄산의 품귀현상이 심화되자 고압가스충전사업자단체인 고압가스연합회와 지방조합이 나서 산업부에 탄산 부족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하고 대책 마련의 절실함을 건의했다.

여기서 고압가스업계에서는 원료탄산공급사인 석유화학사를 대상으로 정기보수일정을 분산,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뿌리산업팀과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고압가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 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가 탄산의 부족으로 인해 흔들려서야 되겠느냐”면서 “국내 조선업이 탄산 부족 탓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 고압가스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압가스업계 일각에서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새벽 배송 등에 필요한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드라이아이스도 중요하나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드라이아이스 납품량은 줄이고 조선소의 용접작업에 쓰이는 공업용 탄산의 납품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탄산 수급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탄산시장에 10~15%를 공급해 온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하루속히 재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부도 이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롯데케미칼과 협의하고 있으나 원료탄산을 발생시키기 위해 판로가 없는 EG(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한다면 오히려 손실이 우려되므로 당분간 재가동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와 더욱 우울한 분위기다.

특히 원료탄산을 공급하는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사들이 10~1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정기보수를 할 계획이어서 탄산의 수급 대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탄산공급업체의 영업담당자들은 탄산의 수급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살얼음을 걷고 있다. 이처럼 탄산의 수급문제와 관련해 대책이 없는 등 국가비상체제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탄산이 어떠한 곳에서 생산, 사용하고 있는지 정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탄산의 수급문제 해결은 힘들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압가스업계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고압가스관련산업을 촉진시키기 위한 부서나 담당자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쇄도하고 있다. 부서를 신설해 담당자로 하여금 탄산 등 산업용 고압가스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고압가스의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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