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의 모든 정부가 강조해 왔던 정책수단이다. 역대 정부가 규제를 ‘손톱 밑 가시’ 등으로 비유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것은 늘 폐지하거나 완화하여야 할 개혁의 대상이었다.

현 정부에서도 국가적으로 인공지능 등의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러 불합리한 각종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을 계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나 업계의 불만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현재 대통령 직속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 국무조정실이 참여하고 있는 ‘민관합동 규제개선 추진단’뿐만 아니라 중앙 부처 및 각 지자체에서도 규제혁신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신산업·신기술에 대해서 ‘선(先)허용-후(後)규제’ 방식으로의 규제 체계를 전환하기 위하여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되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제품,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각종 이해관계가 맞물려 발 빠른 개혁은 쉽지 않은 듯하다. 그 예로 한때 혁신의 아이콘격으로 언급되었던 ‘타다’와 차량 공유 카풀 서비스 ‘풀러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근로계약서 작성과 고용지원금 연결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자버’가 공인노무사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들 스타트업 기업이 사업을 중단했거나 위기 상황에 처한 것을 들 수 있다.

도시가스업계로 눈을 돌려보면, 국내 도시가스사들 역시 각종 규제로 인하여 혁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도시가스사들은 사용자 편의 및 경영효율 향상을 위해 모바일을 이용한 가스보일러 자가 안전점검, 챗봇 서비스 상담, 요금납부 및 각종 민원 신고 등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공급설비분야에서도 AR(증강현실)기반 안전관리, 타공사로 인한 가스배관 파손방지 스마트 안전관리시스템 및 ICT를 이용한 밸브실 관리 등 다양한 가스안전관리에 대한 기술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가스계량기(AMI) 보급은 대표적 사례다. 특히 가스 AMI의 경우 비대면 검침이 가능하도록 하여 방문검침으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인 사생활 침해, 검침원의 안전사고 및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 방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스누설 감지와 지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으로 위험 발생 시 자동 차단 등 도시가스 사용자에게 안전성 확보와 편리성까지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 계량기 도입 시 전국 도시가스사에서 근무 중인 6,500여 명의 가스검침원 및 안전점검원의 일자리 감소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법정 관리자 인원수 기준도 있어 도시가스회사들은 가스 AMI 보급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도시가스사간 고객정보 이관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데이터 활용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다. 개인정보 문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관련법을 강화하다 보니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는 타 회사에서 이용이 매우 어렵다.

도시가스회사는 각 공급권역 내의 고객에 대하여 많게는 수백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는 가스사용자 관리에 필요한 필수적인 데이터로 안전점검, 가스요금 고지 및 이사 시 전출입 관리 등에 이용된다. 하지만 지역별로 가스공급을 하는 전국 34개의 도시가스사는 관련법에 따라 개인정보 공유가 어려워 이사 시 고객정보를 상호 제공 할 수 없다.

고객정보 이관이 가능 할 경우 고객이 타 지역으로 이사할 때 이사 전후 도시가스사 중 한 곳에만 알리면 연결서비스, 요금고지, 자동이체정보 등을 회사 간 이관하여 고객이 이중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정보 관리 이관이 가능해진다면 분명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고, 소비자의 편익은 높일 수 있다.

이처럼 고객의 편리성 및 안전성 증대와 도시가스업계의 경영효율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첨단기술의 개발․도입이 규제로 인하여 꺼리는 상황이 안타깝다. 규제개혁은 폐지나 완화가 아니라 더 좋은 가치를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 하고,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더 좋은 가치 사슬(Value chain)을 만들어 가는 선순환적인 구조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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