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냉·난방의 전력 의존도가 매우 높아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전력피크가 발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최근 냉난방 전력수요가 전체 전력의 3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수요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가스냉난방 GHP(Gas engine Heat Pump)는 가스(LPG·LNG)로 엔진을 구동하고 냉매와 발생되는 열을 활용해서 냉·난방 또는 냉·온수를 공급하는 고효율 냉난방 공조장치이다. 따라서 에너지 수요를 전기에서 가스로 이전해 동하절기 전력부하 문제는 물론 하절기 가스수요 감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콩(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는 한전 사장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값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냉난방 EHP(Electric Heat Pump)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석유·가스 등 1차 에너지원을 투입해 전력을 생산해서 그 전력으로 냉난방을 하는 것은 에너지 이용 측변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송배전 손실을 감안한 실제 발전효율이 3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이용 합리화 측면과 전기·가스 간 상호 보완적 역할을 위해서 GHP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기후조건과 에너지 이용조건이 유사하지만 가스냉난방 비중은 전체의 20%를 훌쩍 넘어 우리나라와 비교해 3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공기관은 물론 학교와 체육관 등 학교시설의 90% 이상이 재해 시 피난소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을 이유로 학교시설 공조장치는 LPG GHP를 포함하는 LPG소형저장탱크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비상시 피난소에서 냉난방뿐만 아니라 취사, 온수, 비상발전 등 다양한 용도로 LPG를 즉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도에는 학교시설 냉난방설비 설치예산으로 822억엔(한화 9,040억원)을 편성해 LPG GHP 보급을 추진하는 등 매년 관련예산을 마련해 GHP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냉난방을 가스로 전환하면 에너지 수요관리 효과가 발생하며 전기·가스 수요패턴 균등화로 발전소 건설 회피비용 등 경제적 효과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력 예비율이 추가확보 되어 전력공급 차질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전력공급의 안정성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와 업계는 전력피크 분산을 위해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스냉방 보급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대해서는 LPG GHP를 우선 상정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LPG GHP 보급을 위한 제도보완이 필요하며 가스냉난방은 경제성 측면에서 열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등의 사례와 같이 보조금 및 세제혜택 등을 활용해 설치비와 운영비 부담을 줄여주고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가스냉난방 선수요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가스냉난방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일본산 제품 점유율이 매우 높다. 국산 기기 업체들에 대한 R&D 및 자금지원 등을 통해 국산 기기효율이 향상되면 가스냉난방기기의 대일 수입이 줄고 신수출 시장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으로 ‘탈일본 자립화’에 성공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앞으로 가스냉난방 인식전환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관련 규제는 대폭 완화하거나 간소화해서 가스냉난방을 보다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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