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시장이고, 시장은 국가’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의 책무가 결국은 대부분 시장을 통해 실현된다. 따라서 국가는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원활한 거래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리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많은 상품과 서비스 가운데 에너지는 모든 생산 활동을 뒷받침하는 경제의 한 축이면서, 삶의 터전인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고 삶의 질을 보장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에너지의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에너지는 국제정치의 주요 관심사다. 21세기에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탈탄소화와 전기화가 촉진되고 있다.

그러나 연초에 발표된 DNV GL의 ‘에너지전환 전망 2018(Energy Transition Outlook 2018)’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전체에너지의 50%는 여전히 화석연료가 차지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 에너지 소비의 변화에 따라 석탄소비는 2014년에 이미 정점을 지났고, 원유소비가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며, 2026년경에 천연가스 소비가 원유소비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2034년에 소비정점에 도달하고 2050년에는 전체 에너지소비의 25%를 차지할 것이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수 십년간 천연가스가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차원에서도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천연가스 시장도 이에 발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에 S&P Global Platts가 발표한 새로운 천연가스 시장의 변화방향은 우리의 천연가스 시장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암시한다.

기존에 우리나라가 체결한 천연가스 도입계약(연간 3167만톤) 가운데 55%에 해당하는 1728만톤의 계약이 2028년까지 만료되기 때문에 우리의 창의적인 대응은 시급한 과제다. S&P의 예측에 따르면 시장의 수급상황이 단기적으로 공급이 많지만 2020년대 중반에는 공급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천연가스 파생상품 거래량이 실물거래량을 초과할 것이고 2020년대에 파생상품거래량이 실물거래량의 몇 배에 이를 것이라 한다. 이는 현물시장의 확대와 거래의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단이 마련되어 시장이 투명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까지 천연가스 수입국이 부담하던 하류부문의 인프라 투자에 천연가스 생산기업과 금융자본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 한다.

이처럼 천연가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원유가격과 독립적인 가격결정구조가 갖춰질 뿐만 아니라, LNG운반선단의 증가로 현물시장 또한 자연스레 확대되면서 LNG 운송과 저장 여건의 변화에 따라 LNG도입계약의 다양한 옵션이 등장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 거래조건의 변화에서 천연가스 최대생산국이자 천연가스 특히 LNG 수출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수출가격과 소비시장의 가격차이가 이제까지 주요변수였던 동아시아시장과 유럽시장의 가격차이보다 더 중요해 질 것이라 한다.

올해부터 유럽에너지거래소(EEX)에서 천연가스가 함께 거래되면서(PEGAS) 적어도 유럽 시장에서는 에너지원간의 경쟁과 상호보완 관계가 구축된 셈이다. 일본의 경우도 2022년부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운영제한을 풀면서 유통시장을 자유화하려고 한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성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천연가스는 새로운 소비를 통한 전체 에너지시스템의 환경부하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박의 배출가스를 규제하는 IMO 2020의 실행에 따라 일부 LNG소비 증가가 기대되나 아직은 운송부문에서의 천연가스 활용이 미미하고, 농업부문에서 천연가스 소비 창출이 언급되고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축소를 내세운 정부에서 태양광과 천연가스 발전을 활용하고 있으나 발전단가의 상승을 불러오므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천연가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지 명확한 방향을 정립하여 천연가스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이처럼 격변하는 국내외 천연가스 시장의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새로운 천연가스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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