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똥이 더럽다고
함부로 침 뱉지 마라.
너희를 이만치 키우기 위해
조석으로
반찬거리 고민하신 어머니의
충직한 수명자(受命者)가
바로 이 똥이다.
어머니는
그의 색깔과 모양만 보시고도
너희 건강을 알아내셨단다.

 

똥이 구린내 난다고
함부로 찡그리지 마라.
보릿고개 너머 농번기 시절
온 식구 논밭으로 동분서주 할 때
텅 빈 너희 집 지켜주던
충견들의 순혈은
바로 이 똥을 먹고 살아 왔단다.
제주 토종 흑돼지가 그러하였듯이--

 

마찻길 나뒹구는 쇠똥
더럽다고 함부로 침 뱉지 마라
송아지 낳은 지 며칠이 안 되어도
논밭갈이 도맡아하고
기구한 운명 눈치 채고는
외양간에 눈물 머금은 어미 소
너희 위해 목숨 버리고
육신까지 바쳤단다.
하물며, 그의 똥은 두엄이란 미명으로
논밭에 거름으로 뿌려졌다.
너희 반찬거리 무럭무럭 자라라고

 

태초부터 자연과 순환을 다하고
우주의 섭리에 순응해 사라지는
인간 초유의 창조물,

생명의 향연 속에
영양의 극한과 대치하다가
환경을 살찌우고
맑게 보존하려고
몸 밖으로 나오신 게 바로 당신입니다.

 

이 제 항  詩人
.한국가스공사 前 강원지역본부장
.지필문학 제36회 신인공모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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