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영웅이자 전 총리였던 골다 메이어는 1차 오일 쇼크가 한창이던 1973년 10월에 당시 서독 총리였던 빌리브란트를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이 푸념했다고 한다. “우리 이스라엘인은 모세에게 좀 불만이 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이끌고 40년 동안이나 광야를 헤매게 한 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이집트를 탈출하면서 홍해를 갈랐다는 모세는 육상보다는 바다를 더 잘 알았던 듯하다. 이스라엘이 동지중해에서 2009년(Tamar광구 8.4TCF)과 2010년(Leviathan광구 18.9TCF)에 막대한 천연가스를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탐사성공으로 이스라엘은 에너지 자립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에서 새로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엑슨모빌이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이스라엘 정부가 진행 중인 동지중해 19개 광구입찰에서 한 광구의 사업운영권자로 참여할 의향서(LOI)와 사전자격취득에 필요한 문건제출을 논의했다. 7월의 입찰자 선정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중동지역에서 다양한 석유가스사업에 참여 중인 미국의 메이저 기업이 중동 산유국의 반발 없이 이스라엘 탐사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은 중동의 새로운 질서를 상징한다. 

엑슨모빌의 동지중해 진출은, ENI와 함께 키프로스해역의 탐사사업에 도전한 한국가스공사의 선택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가스공사가 아직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레반트분지의 부존가능성은 이스라엘, 이집트 등의 거대 가스전 발견으로 입증된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동지중해의 레반트분지는 지질학적으로 북아프리카에서 중동, 중앙아시아 및 인도차이나 반도에 이르는 석유자원이 풍부한 중생대 테티스해 주변지역에 속하고 아직도 탐사초기단계(creaming stage)의 프론티어 지역이라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엑슨모빌의 이스라엘 광구입찰 참여나 미국대사관의 텔아비브 이전에서 보듯이 중동정세도 사업을 추진하기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셰일혁명으로 중동의 원유나 가스에 의존하지 않게 된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이란이나 터키의 지역패권 추구로 인한 불안정을 염려할 따름이다. 이런 지정학적 배경아래, 2017년말 기준으로 48년 동안 생산 가능한 16.1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보한(BP Statistics Review of WorldEnergy 2018) 이스라엘은 올해부터 이집트에 10년간 64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기로 했고, 요르단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는 2016년부터 15년간 45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기로 하였다. 한 마디로 이스라엘은 천연가스를 매개로 중동의 지정학적 질서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중동지역의 정세는 걸프협력위원회(GCC)의 분열, 카타르의 OPEC탈퇴, 이스라엘-이집트-요르단의 천연가스를 매개로 한 결속,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간의 밀월관계 등으로 요약된다. 카타르에 공군기지를 둔 미국은 반카타르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바레인 등)을 설득하고 있으나 정작 카타르는 이란과도 가깝다. 이란의 핵개발을 우려할 뿐만 아니라 호주, 카타르와 함께 LNG생산 3대 강국으로 아시아 LNG시장을 두고 경쟁할 미국의 속내가 궁금할 따름이다.

우리가 중동지역 지정학적 변화에 눈여겨봐야 하는 까닭은 우리가 대부분의 석유가스를 이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혁명이후 에너지 수출국이 된 미국이 국제무대 특히 중동지역의 질서유지에 우선순위를 낮추었기에 에너지 안보측면에서 만약을 위한 우리의 준비가 필요하다. 

에너지 수입은 무기수입처럼 오로지 가격조건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국가의 안전보장보다 앞서는 상업적 이익이란 없다. 전통적으로 석유가스 사업은 미지의 지하세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경제의 틀 속에서 생산한 자원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지식기반산업이다. 이미 가스공사가 동지중해 지역 사업에 진출한 만큼 기업차원에서 엑슨모빌과 협력을 모색하여서라도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변화에 발맞춰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시킬 지혜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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