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시대, LNG산업 역할과 미래  

노후 지역난방 세대, 개별난방 전환 위해 규제 풀어야

 

0원 세대로 다른세대 피해
난방효과 저하 등 문제 많아

집사법으로 고시지역 
난방전환 불가

공동주택관리법 가혹한 규제
소비자 권익 보장해야 

 

[가스신문=주병국 기자] 지난해 공기업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지역난방비에 대한 관리부실의 문제가 제기됐다. 일명 지역난방비 0원 세대로 인해 성실하게 난방비를 납부하는 세대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해마다 발생되는 등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김기선 의원(자유한국당, 강원 원주갑)은 지난해 10월 산업부 국감을 통해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난방을 공급받는 수원의 한 아파트단지(5280세대)에서 996가구가 길게는 3년 동안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난방시설의 관리부실과 관리 주체의 모호성으로 난방비를 한푼도 내지 않은 세대가 발생하고 있고, 이들 세대로 인해 정상적으로 요금을 납부하는 세대가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제기된 지역난방 0원 세대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후 국토교통부에서는 아파트 난방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4개월간(2013년 11월~2014년 2월) 한 달이라도 난방비를 내지 않은 ‘0원 세대’가 있는 단지가 무려 425개 단지에 이르며, 이중 3천여세대가 계량기 고장 등으로 난방비를 내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난방비 0원 세대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지역난방 공급자와 아파트 관리소간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공동주택은 집단에너지사업자가 보내주는 열(온수) 총량을 토대로 관리사무소가 사업자에게 난방비를 일괄 납부하는 구조이다. 즉 공급사업자가 직접 개별 검침을 하지 않다보니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실정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난방비 0원 세대가 줄지 않는 것은 노후된 지역난방세대가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20년 이상 지역난방을 사용해온 대부분의 세대들은 난방계량기의 노후화로 인해 난방설비의 잦은 고장에서부터, 열교환기 노후 등 사용자시설물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며, 계량기 방치 등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근무 태만도 지적된다.

결국 시설 노후로 인해 동절기 지역난방비 과다부과와 난방효과 저하, 0원 세대 증가 등 여러 불합리한 현상이 야기되면서 세대 간의 분쟁으로 빚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고, 내가 쓴 사용량만큼 요금으로 내는 개별난방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노후된 지역난방설비로 인해 난방에 어려움을 겪는 세대가 개별난방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APT단지)

20년 경과세대 수도권만 58만호, 난방문제 심각

최근 서울 상계동, 노원구, 경기도 일산, 분당 등 노후된 지역난방 공급세대를 중심으로 지역난방이 아닌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더 이상 난방비 문제로 주민들 간에 요금분쟁 등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노원구 A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지역난방에 대해 불만이 많아 최근 아파트 입주자를 대상으로 주민회의를 갖고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며 “서울에너지공사가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지만 개별난방(도시가스)으로 전환을 하고 싶는데, 가능한지를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OO아파트 입주자 대표자 박모씨는 “지역난방 시설이 노후 되어 많은 세대에서 난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시설 교체를 하려니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번에 도시가스로 전환을 하면 좋겠다는 다수의 의견이 나와 도시가스사에 문의를 했으나, 관련법 탓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처럼 최근 20년 이상 지역난방을 사용해왔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난방전환을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수도권 내 지역난방 공급이 20년 이상 된 곳은 서울권 중 노원구, 강남, 서초, 수서, 남서울(중앙), 강일1․2 및 고덕, 상암 등이 대표적이며, 경기지역은 용인, 고양, 분당, 안산, 안양, 부천 등이다.

인천지역도 인천공항신도시, 인천 논현2, 서장2 등이다. 공급 후 20년이 경과된 지역난방 세대는 58만5072호이며, 이중 고시지역은 분당과 일산을 중심으로 43만9704호, 비 고시지역은 서울권을 중심으로 14만5368호에 이른다. 특히 경기 분당(91년9월), 서울 노원지구(94년12월), 일산(97년4월) 등은 사용자시설물의 노후가 30년에 이르며, 이곳 지역난방 세대수만 30만호 이상이다.<표1>

관련업계에서는 지역난방 설비시설물 중 노후 배관의 부식 및 누수로 인해 단지 내 열 손실률은 최대 27%까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난방열원(난방사업자)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아파트단지의 경우 겨울철 단지 내 난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난방비 과다와 난방효율 저하의 주원인인 셈이다.

따라서 30년 가까이 노후 된 지역난방 공급세대나 아파트단지들은 시설개선을 검토하거 난방전환을 검토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관련업계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노후 된 지역난방 사용자시설을 개체하는 비용은 통상 개별난방 전환 비용보다 7배 이상 소요된다. 유지관리비용 역시 개별난방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표2>

 문제는 지역난방 세대는 개별난방 전환을 희망하더라도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전환이 불가능하거나 강력한 규제 탓에 어렵다는 점이다. 지역난방 세대에만 난방 연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셈이다.

 

27년째 지역지정제, 소비자 선택권 무시 

정부는 집단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지역을 지정, 고시하여 특정 사업자가 산업부의 허가를 받아 독점적 사업권을 운영토록 하고 있다. 바로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제(집사법 제5조)를 통해서이다. 정부가 지역지정의 무분별한 난발로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점은 이미 몇 차례 지적됐다.<본지 1261호 집단에너지 공급의무 조항…>

지역지정제는 1991년 집단에너지사업법 제정 당시부터 27년간 유지되고 있다.

도시가스사업(사업허가권 지자체)과 집단에너지사업(산업부)은 지역 및 권역별 독점사업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두 사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자의 연료선택권 여부이다. 도시가스의 경우 공급자에게 공급의무를 두는 반면, 소비자가 타 연료를 원할 경우 난방전환이 가능하다. 반면 지역난방은 집사법(제5조 및 동법 시행령 제8조)을 통해 소비자가 난방전환을 희망해도 불가능하다. 집사법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보일러 등 열 생산시설을 신설․개설 또는 증설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허가 사항이라 개별난방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놓았다.

이렇다보니 지역난방 세대가 난방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문제가 생겨도 선택권이 없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 외에도 현재 지역지정 고시지역 내에서는 소규모 빌딩, 연립주택, 업무용시설에 지역난방 공급을 꺼린다. 또 신재생에너지, 연료전지발전, 자가열병합발전 등 다른 공급시스템도 불허한다.

27년간 지역지정으로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을 박탈해 온 지역난방 세대에 대해 이제는 소비자의 권익과 편익을 우선시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할 때이다.

 

장기수선충당금 대상 확대 필요

비고시 지역난방 공급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비 고시지역 내 14만호를 넘어선 노후 세대들은 온수 및 급탕, 요금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난방방식 전환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도시가스)으로 전환을 하려는 세대는 늘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용산구, 여의도 등 여러 지역 지역난방 세대 중 노후시설에 따른 불편으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나 홀로’ 세대가 1554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 관련 법률 등에서 명시한 난방방식의 변경조건과 관련한 기준이 까다로워 중․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환이 쉽지 않은데다, 장기수선충당금마저도 활용이 제한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G아파트(742세대, 지역난방공급 개시 1998년), 경기도 군산시 산본 A아파트(1342세대, 1994년 공급개시)와 B아파트(624세대, 1993년 개시)의 경우 노후 된 지역난방시설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입주자대표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까다로운 관련 기준 탓에 무산됐다.

현재 아파트 입주자들이 노후 된 난방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 관련 법률에 따라 공용부문의 변경 조항에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게다가 노후된 아파트의 유지보수 및 난방시스템 교체 등을 위해 활용하는 장기수선충담금의 사용도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할 때는 사용 제약이 유독 심하다.

난방 전환시 필요한 주민 동의요건을 살펴보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5조)에 따라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가 아닌 관리단집회를 통해 실소유자의 3/4 이상 결의가 이뤄지던지 아니면, 서면 또는 전자방식으로 실소유자의 80%(4/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설사 동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도시가스)으로 전환은 공용부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동주택관리법(제30조)에 명시된 장기수선충담금의 활용이 제한돼 있다. 이처럼 노후 된 아파트의 유지보수 및 설비시설 교체 등을 위해 활용하는 장기수선충담금의 사용이 유독 개별난방으로 전환할 때는 제약이 심하다. <표3>

난방시설이 노후 되어 개선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거나, 요금분쟁, 난방 효율 저하 등 여러 이유로 지역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을 원하는 세대가 늘어나도 고시지역은 집사법(제5조)으로 ‘전환 불가’, 비고시지역은 집합건물의 소유·관리에 관한 법률(제15조) 등으로 제한을 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노후설비로 인해 지역난방 사용에 불편을 겪고, 난방비를 이중으로 부담하는 소비자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관련법 규제완화와 함께 공동주택의 장기수선충당금 활용 방안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주병국 기자 bkju@ga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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